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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기


봄, 여름, 가을, 그리고 마지막 겨울 화대 종주


작년 10월에는 구인월에서 부터 대원사까지 스루 하이킹을 했다.


천왕봉이 없다는 이유로 저평가 받는 서북능선이 그렇게 아름다울 줄-계단이 많이 없어서ㅎ-몰랐다.


2017년 12월 31일에는 팔공산에서 비박을 하고 새해를 맞이했는데, 문뜩 지리산에서도 송구영신을 하고 싶었다.


그래...천왕봉 일출보는 것보다 더 힘든 장터목 예약도 성공했겠다-핸드폰으로 결제함-


나머지는 식은죽 먹기일테니


가보자



2. 언제나 설레이는 지리산 가는 길



대구역 뒤쪽 기사식당에서 김치찌개를 시켰다. 너무 맛있어서 소주 한병을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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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추운데, 산에 간다고요?

-네, 일출보려고요

-와...그것도 혼자?


----------



기차를 타고 구례구역에 도착했다.


다른 분들은 성삼재로 간다는데, 잠시 화장실 다녀온 사이에 그 많던 택시가 다 없어졌다...


없던 대합실도 생기고, 커피한 잔 뽑아 먹고 쉬는데 택시가 똭!!



2만원을 지불하고 화엄사에 내렸다.


왠일이지? 이 시간에 화엄사가 열려있네?


멀리서 온다고 환영을 다 해주네~역시 지리산


대충 준비 운동을 하고, 길을 나선다


처음 비박을 했을 때는, 새벽에 나는 소리가 무엇인지 몰라 무서웠던 적이 여러번 있었지만,


자연스레 시간이 해결을 해줬다.



바람에 이는 대나무의 스산한 소리도, 오늘은 나에게 음악처럼 들린다.



랜턴을 끄고, 잠시 하늘 위로 쳐다보니


처음 화대종주를 했던 하현달이, 오늘도 나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그래, 너라도 옆에 있으니 덜 외롭다



----

화대종주가 가지는 매력이 무엇이기에 나를 이도록 이끌었는지


내가 지리산에 입산하게 되었는지


나는 왜 또 이 길을 걷고 있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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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을 걸으면서 수 십번 생각해도 답은 없었다.


"그냥" 이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다.



무넹기에 올라서자 바람이 매섭게 몰아친다.




오전 7시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했다.


간단하게 컵라면, 라면으로 아침을 떼우고 출발한다.


미리 커피도 끓여서 조망이 좋은 곳에서 한 잔 먹기 위해...




-아저씨, 노고단 올라가시면 안됩니다 

아직 개방 시간 아니예요.


한국은 "금지" "통제" 이런 걸 좋아하나보다


어느 순간 부터 "금지"가 하나의 행정편의주의와 맞물려 큰 권력으로 포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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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여기는 출입금지 인가? 왜 안돼?

-응 안돼, 돌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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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가 없던 시절에, 등산을 했던 사람들은 "금지"가 붙었을 때 부터 저항을 했을 거다.


그러나, "금지"가 붙은 후에, 등산을 했던 사람들은 그 "금지"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나중에는 "금지" 딱지가 없어도 스스로 금지하고 체념하는 학습된 무기력에 빠지게 된다.


결국엔 삶의 행동양식까지 미치게 된다는 걸...



중, 고등 학생들로 학습된 무기력에 대해 예를 들자면,


수준별로 수업을 하면, 점수가 낮은 반 아이들은 절대 "100점"을 맞기 위해 공부를 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절대 "100점"을 받지 못 할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그에 반해 높은 반 아이들은 백이면 90퍼


이상이 "100점"을 맞기 위해 공부를 한다.


설령, 100점을 맞지 못했다 하더라도, 다음에 또 도전을 하려는 마음으로 이어진다.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는 말은 진짜다.



온 산에 붙은 금지라는 딱지를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없애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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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고단은 언제 가볼 수 있을까?



각 자가 가진 삶의 무게를 버텨내야지, 이렇게




나는 아직 "금지"가 붙지 않는 설국으로 향하는 길이다.


아무도 밟지 않았다 역시.


이 곳에서 보는 조망은 일품이다



커피 한 잔은 기본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어차피 연하천만 가면 되니깐, 급하게 서두리질 않았다.


가야할 반야봉도 한번 쳐다 보면서


반야봉에 똭!


혼자 오신 분과 서로 찍어주면서 담소를 나눴다.


-감사합니다, 너무 잘 나왔어요




반야봉에서 한 시간 넘게 멍을 때렸다.


크~날씨



오후 2시 삼도봉에 도착했다.


-Hi?

-Hi?


외국인2명이 삼도봉에서 휴식을 취했다.


나는 삼도봉 조망처로 자리를 옮겨 겨울철의 필수아이템 "꿀호떡"을 먹으면서 조망을 감상했다.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를 하다가

외국인이 능숙한 한국말로 말을 걸어왔다.


"혼자 오셨어요?"


이 말 한마디로, 길동무가 되었다.


아껴놓았던 귤도 나눠주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굉장히 개인적인 질문을 하기에...


한국 10년차 정도면 그런건가? 라는 의구심도 들었다.


----

-결혼했어요?

-아니요

-할 꺼에요?

-네, 산에서 만난 여자랑 결혼할거예요

-네?

-진짠데?

-그런 사람 만났어요?

-아뇨...

----

----

-몇년 생이세요?

-와...외국인한테 몇년생이세요? 라는 말은 생소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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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토끼봉인가? 거기서 쉬는데, 외국인 남자 목소리를 처음 들었는데 


-어? 백두대간 한 사람 아니예요?

-yes!!!


헐, 남/북을 백두대간 종주한 로저 세퍼드를 종주 길에서 만났다.


-그냥 영어 억양때문에 알아봤다


자신들도 종주를 하고 있다면서...


벽소령으로 예약을 하지 않는 내가 얼마나 속상하던지...


묻고 싶었던게 참 많았는데...


---------

그에게 "길"은 어떤 의미일까?

---------




로저에게는 전번을 물어보지 않았고, 첼시에게는 물어봤다.


나도 남자였나보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마치 내일 만날 수 있을 것 처럼


-----------

-see you

-see you soon

-----------


하이파이브를 하며, 헤어졌다.


밥을 먹고, 잘 도착했는지 문자를 보내니, 답장이 왔다.


-----

"trail에서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결국엔 그 문자 하나로, 잠 못 드는 연하천이 되었다.ㅋㅋㅋㅋㅋ


-이래서 연애를 오래 안하면, 위험한 겁니다 여러분-




3. 똭!


잠이 오질 않으니, 어디서 조망을 즐길 지 대충 계산을 했다.


그리고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아침 6시에 밥을 먹고, 소화를 대충 시켜 7시에 출발했다.


걷다보니 종주길에서 여기서 누구를 만났고,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새록새록 기억이 났다.


특히, 같은 길을 걸은 사람은 더더욱



황금빛으로 물든 남해가 나를 사로 잡았다.


크~ 오늘도 날씨 한번 땡큐



이 사진을 건지기 위해서 몇 장을 찍었는지 모른다.


거의 30분을 여기서 보낸 것 같다.



"

그게 다행이었을 줄...


벽소령에 도착했다.


주위를 두리번 두리번 거려도 없길래, 직원분에게 물어보니 역시나 떠났단다.


그래도 캔커피와 초코파이는 사먹고, 잠깐 휴식을 취하고 걸었다.


-????

-????

-???! hello, again

-wow~surprised!!!

-^^;


-몇 시에 출발하셨어요?

-7시에 출발했어요

-우리는 8시 40분에 출발했는데, 진짜 빨리 오셨네요?!

-어? 휴식하고, 오는 길에 일출 감상하고 사진찍고 엄청 많이 했는데요?


그렇게 또 같이 걷게 되었다.


-로저, 지리산에서 한라산 보이는 거 알아요?

-그 얘기 듣기는 했지만, 보지는 못했다.

-여기 사진 보세요~

-에잇, 이건 섬 같은거 자나요

-보세요, 한라산 모양처럼 생겼자나요


로저는 발 걸음이 빨랐다.

그럼 젤 뒤에서 걸었어야 했다.


자연스레 첼시는 뒤쳐졌다.


------

-올해 소원은 뭐예요?

-재미있게 사는거요

-사는게 재미가 없으세요?

-아뇨, 조금 더 재미있게 사는게 목표예요

-그렇구나

-첼시는 올해 소원이 뭐예요?

-영주권이랑 돈 버는거요, 돈 벌어서 누나 비행기 티켓 낼려고요

-그렇구나, 꼭 이뤄지길 바랄께요~

------


------

-The mountain keep us preoccupied but the mountain is mirror of ourselves

 The real goal of 종주 is finding ourselves

-or Losing ourselves

------


크~자신을 잃는다라, 첼시는 등산을 통해 무념무상을 경험해 본 적이 있나보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첼시는 쉴 타이밍을 점점 놓쳤다.


로저와 첼시는 산행스타일이 달랐다.


로저는 치밭목까지 가야하니 시간이 빠듯할테고, 처음 종주하는 첼시는 조망도 즐기고 여유롭게 산행을 하는 걸 즐


기는 편인데, 이번 산행을 하면서 첼시는 뭔가를 느꼈을 것이다.


-----

-다음에는 혼자 와 봐야겠어요

-----


그렇다, 아무리 오래된 친구사이라도 백패킹 같은 여행이나, 등산을 하면 자신과 맞는지 안 맞는지 대번 알 수 있다


정말 사소한 걸로 싸우기 시작해서, 올 때는 따로 오게 되는 경험도 하게 되니 말이다.



----

-저기 보여요? 애플 힙같이 생긴거요?

-애플 뭐라고요?

-엉덩이요ㅋ우리는 반야봉을 엉덩이 같이 생겼다고 얘기해요

 저기서도 조망을 즐겨보세요

----


----

-혹시 지리산 10경아세요?

  지리산에 가면 10개를 봐야만 한다는거?

-아뇨, 처음 듣는데요? 그게 뭐예요?

-중략

----


----

-아, 조금 있다가 엄청 가파른 계단 나올거예요ㅋㅋ

-hey, don't tell me that!

----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누구나 좋아하는 그 장소



에, 10분을 머무르지 않았다. 치밭목에 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겠지만...


도착하기 전에 나는 보통 여기에 한 시간 이상 시간을 보낸다. 라고 말을 했던 터라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덩달아 나도 자연스레 일어났다.


어?


이 조망을 안 보고 간다고? 벌써?




근데 난 왜 일어난거지?


-정신 차려라


-------

-10년전에 하동에서 로저를 만났어요

 그때 백두대간 얘기하면서 같이 하자고 했을 때

 미쳤다고 생각했어요

-네, 제가 보기에도 미쳤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10년안에 그걸 해냈다는것도 미쳤죠.

-네, 맞아요

-------


-----

finally

-----



----

-저기가, 상이 묵을 곳이에요?

-네,

-저기가 천왕봉이에요?

-네, 천왕봉 뜻은 King of the King이라는 뜻이에요.

----


----

-하나 둘...이백 헉헉헉

-거의 다 왔어요, 이거 넘으면 다운 힐이라 괜찮아요

----



4. 운수 좋은 날


나는 칠선봉을 지나, 내가 뭐하고 있는건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 속이 복잡했다.


로저는 첼시를 기다리고 있을테고, 첼시는 따라가야하고


둘의 종주길을 내가 간섭하고 있는건 아닌가?


나는 지금 나만의 종주 길을 하고 있는 건가?


이런 생각이 스치자, 첼시와 거리를 벌렸다.



"첼시야, 저기서부터 너가 걸어온 거야, 너 잘 걷고 있어"


여기서 이 말을 해주고 싶었는데...


-연애를  오래 안 하는면 이런게 무서운겁니다.



30분을 이런 저런 잡생각을 하면서 구석구석 훑어봤다.




세석에 도착해서 간단하게 캔커피와 초코파이를 하나 사서 먹는다.


이제 로저 일행은 떠날 채비를 한다.



그래 어차피 대원사로 하산한다면, 잘 하면...뭐


아~촛대봉가면 청학연못 얘기도 해주고, 연하선경도 보여줘야 하는데...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걸었는데, 외국얘들이 안 보였다.


어? 얘들이 축지법을 쓰지 않은 이상 나보다 빨리 갈 수 없을텐데?


연하선경을 지나가는 산객들에게 외국인 못 봤냐고 물어봤다.

-----------------

-혹시 외국인들 못 보셨어요?

-어?!가내소 근처에서 봤는데요?

-네?

-남자1명 여자1명 아니예요?

-어? 왜 거기로 갔지?

-----------------


혹시 몰라, 문자를 보냈다 무슨 일이 생겼는지


힘들어서, 중간에 탈출했다는 문자를 받고 아쉬움과 안도감이 같이 몰려왔다.



화대종주를 시작할 때부터 사로잡힌 상념이 연하선경에서 폭발을 했다.


"How many roads must walk down before we call him a man"


나는 여전히 부족하다 인간이 되기에


될 수는 있을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리산을 오르고 내렸을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혜를 얻어 갔을까?





2시간 반 정도 정상에 머물렀다.



이제 장터목으로 간다.


훌훌 털어버리고



잘가라 2018년


올해는 진짜, 재미있었어!!!


2019년에도 기대할 께!!!



간단하게, 떡국 신공으로 저녁을 먹고 여러 사람들과 얘기를 나눈다.


화대종주 길에서 만난 사람들, 지리산에서 만난 사람들, 산 이야기


산이라는 매개체 하나로 너도 나도 친구가 된다.


참 신기한 곳이다...


2018 일출은 실패였다면서, 매년 새해 일출 보러 온다는 분도 계셨고, 친구들 끼리, 나 처럼 혼자 온 분들...


각자가 품은 소망을 안고, 잠 들었다.


다행인건 코골이가 없어서 푹 잤다



5. 덕 사세요 덕을 사




천천히 걸으면서, 왠지 모르게 첼시가 생각났다.



모든 사람들이 일 순간 한 곳을 향해 간다.


참 멋진 순간이다.


이런 멋진 곳을 보여주고 싶어서, 친구들에게 동영상을 찍어 보냈다.


뒤로는 거짓말 처럼 운해가 시작되었다.



올해 부정한 짓은 아직 하지 않았기에, 바위굴은 프리패스로 통과하고


일순간 침묵과 함께 함성이 터져나온다!!!!!!!!!!!


와~~~~


감탄하는 날 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4번 종주 중에 한 번 빼고 3명을 봤다면, 쌓은 덕이 많았나?



자연의 웅장함과 경외감은 이루 말 할 수 없다.


이제 중봉-써리봉-하산을 한다.


그래 내가 저기부터 여기까지 걸어왔지? 



지리산에 반달곰이 살긴 한가보다


써리봉 가는 길에 똭!


치밭목에 도착을 했다.


내가 길을 잃었던 곳에는 이렇게 형광색 줄로 바꾸었다. 다행이다






간단하게 산객에게 한 컷 부탁드리고, 캔커피랑 초코바를 하나 사서 먹고 무재치기 폭포로 가 멍을 잡기로 한다



치밭목에서 새재 삼거리 까지는 빙판길이 된 곳도 있고, 아이젠하기 진짜 애매한 곳이 많았다.


치밭목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


"금지"를 붙은 사람들은 절대 안 가는 곳!


그래서 가는 곳!


무재치기 전망대!


가을에도 멋진데, 겨울에도 멋지구나



거의 다 내려와서 대원사까지는 멀어서, 나이스 타이밍에 차 한대가 지나가길래


히치하이킹으로 대원사까지 편하게 왔다.

-감사합니다-



이로써, 2박 3일 화대종주를 마무리한다




------------

"No matter how far the journey, It can only be done with the first step


The mountain is it really our goal?


Or is it the journey?


The mountain keeps me preoccupied but the mountain is a mirror of myself


perhaps, the goal is finding or losing myself.


just relish this remarkable ride.


because this mountain is my playing field"





-지리산 어느 계절이 가장 좋아요?

-음....4계절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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