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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일본

Ep01.야쿠시마 백패킹

Wanderer hommie 2022. 11. 24.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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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기

 

 

7월31일 일본 국립공원1호인 가라쿠니다케를 오르고, 이제 야쿠시마로 떠나기 위해 오후 4시 야쿠시마 배를 타기 위해 고속쿠센 터미널로 향했다.

 

그러나 오후 비행기는 태풍 "종다리"로 인해 결항을 맞았다.

 

대합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직원에게 그럼 내일은 어떻게 되는거냐고 물으니, 출항 1시간전에 결항여부가 결정된다고 했다.

어쩔수 없이, 숙박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쉣!

 

 

2. 엎친데 덮친격

 

고속쿠센 터미널과 가장 가까운 그x게하에서 묵기로 네이버로 예약을 했다.

 

-Hi~

-hello~

-I've booked a room for 1 person today

-what's your...

-xxx

-?!

 

게하직원들끼리 쑥덕쑥덕거린다.

 

-뭐가 문제예요?

-피(휘)메이루?!

-네? 여자로 예약했다고요?

-그게 무슨 말이세요? 여기 보세요.

 남자로 예야.......ㄱ????????

-예약 취소해야 할 것 같은데요?

-그럼 여기서 예약 취소해주세요, 그럼 바이~

-자자잠깐만요, 여기서는 그게 불가능 하니깐

 본인이 직접 예약 싸이트에서 해야 합니다.

 아니면 예약 전액을 물어야 해요.

 

네이버로 들어가서 예약했던 모 싸이트로 들어가니 취소버튼이 없다.

메일을 뒤져도 없다.

겨우 Q/A에 적혀있던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xxx로 된 예약을 취소하고 싶어요

-네? 고객님 당일 예약하신 건.....

-저기요, 제가 남잔데, 여자로 예약된거 자체가 말이 안되잖아요?

-아....고객님 지금 목소리가 울리니깐...

-네, 제가 여자로 예약되어있으니 취소를 해주시면 됩니다(고분)

-확인하고,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한국에서 일본 그x게하로 전화를 해서 진짜인지 확인 절차를 걸친다.

서로 영어가 부족하니, sorry만 연발할 뿐이다.

그러더니 일본 담당이 그x게하로 전화를 해서 전후 사정을 듣고서야

나는 자유로운 몸이 되었다.

 

한 시간만에...

 

다행이, 굉장히 싸게 나온 호텔에서 묵었다.

도착하자마자, 각종 보조 장비를 점검하고, 어제 산행으로 젖은 옷들을 세탁서비로 맡기고

 

밖으로 나와 동글이 가스를 사기 위해 근처 편의점은 다 뒤졌지만 없었다.

 

가고시마 몽벨 매장까지 가기는 귀찮고, 아무 라멘집에 들어가 한 그릇 하고 동네 마트로 향했다.

 

과일이 먹고 싶어서 들렀더만, 3.5천엔 ㄷㄷㄷ

 

 

대충 먹거리를 사고 호텔로 돌아와 TV를 켜니 종일 태풍 경로 및 결항 얘기 뿐이다.

 

 

결항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고속선 등 페리 홈페이지를 새벽5시까지 들락거렸다.

 

새벽6시에 결항이 떴다....

 

쉣쉣쉐!!!

 

조식을 먹고, 오늘은 어떻게 보낼까 고민할라는 순간

 

결항이 취소됐다는 공지가 떴다.

 

바로 가방을 챙기고, 고속센 페리를 타는 곳으로 뛰어갔다.

 

 

우여곡절 끝에, 동행인 한국인을 만나고 값싼 야쿠시마2를 타고 야쿠시마로 향했다.

 

마지막으로 배를 탔던게, 군산 선유도 가던 배였고, 그 이전은 스페인에서 모로코 가던 배였다.

 

태어나서 3번째로 타는 배다.

 

 

어쩌다가 만난 동행인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후딱 시간이 갔다.

 

미야노우라 항에 내려, 대형마트로 가 동글이 가스랑 이것저것 사고 오늘의 캠핑장으로 향했다.

 

 

전형적인 시골이다. 오가는 차도 없고, 한적하다

 

캠핑장에 도착해 등록했다.

다들 신기한가 보다, 어디 캠핑장을 가든 커다란 백팩을 메고 하룻밤 묵는다니깐 

대부분 where are you from이 먼저다.

 

재활용 철저히 부탁한다면서 주인은 들어가고, 나는 재빨리 텐트를 친다.

 

 

산도 좋아하지만, 물도 엄청나게 좋아한다.

 

바로 팬티만 걸치고 바다에 뛰어들었다.

 

배 고플때 까지 수영하고 밖에 나와서 커피한잔 마시고 들어가서 수영하고 밥먹고 수영하고, 장보고 수영하고 하루종일 수영만 한 것 같다.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짱박혀 있는 스노쿨링을 걸치고 잠수를 했다.

 

수영하면서 가장 좋았던 순간은, 모래무지 부부가 집을 짓는 것이었다.

물 속에서 그 모습이 너무 신기해서 좀 춥다 싶으면 커피한잔 마시고, 또 구경하고 하고 했다.

 

집을 짓기 위해 무거운 가지 같은 걸 들고 나를 때는 합심해서 나르는 모습들

도움이 될까 싶어 주위에서 주운 걸로 갖다주기도 하고

 

도시의 소리는 차단된채, 물속의 풍경을 아니 그들의 모습을 보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그냥 "와~~"였다.

 

 

 

배가 불러 잠깐 낮잠도 잤다.

 

 

날이 어느덧 저물어 왔다.

산행을 위한 마지막 만찬을 즐기기 위해 마트로 향했다.

 

달디단 김치도 사고, 고기도 사서 만찬을 즐겼다.

이렇게 밥을 오랜시간 먹어본 적 있던가? 싶을 정도로

 

누군가들의 눈치를 보며, 채워넣기에 급급했던 날과 비교하자면

가장 사치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하루를 마감하고, 일기를 쓰고 잠을 청했다.

 

그런데......

 

비 바람이 몰아쳐왔다 새벽에

 

쉣!!!!!!!!!!!!!!

 

새벽1시부터 시작된 비 바람은 그쳤다 내렸다를 다음 날까지 반복했다.

 

그나마 잦아드는 순간 텐트를 접고, 버스부터 타러 갔다.

 *오전 6시경

 

탁월한 선택이었다.

 

 

 

 

기겐스기로 향하는 버스가 도착하기 까지, 2시간 가량 남아 있었다.

 

비 피할 곳을 찾고자, 걸었더니 67번 맞은편 뱅갈로브 나무 근처에 정자에 앉아 있었다.

 

동네 할아버지가 나와서 내옆에 앉았다.

 

-이 날씨에 산에 가느냐?

-네,

 

말도 통하지 않는데, 동네 할아버지는 한 시간을 넘게 혼자 떠들고 집으로 들어갔다.

 

담배를 끊지 않았다면, 하염없이 한 대 물기 좋은 날씨였다.

 

 

3. 미야노우라 다케 원정대 결성

 

끝날 것 같지 않던, 기다리던 시간은 지나고

기겐스기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어?! 어제 같은 배를 타고 잠깐 관광센터에서 마주쳐서 몇마디 나눈 인도네시아 커플이었다.

 

-어?!

-어?!

 

누구랄 것도 없이, 미야노우라다케? 신다카츠카?

 

마운티어링은 한다던 린도를 대장, 졸리는 부대장, 나는 후방 경계를 하고 결의를 맺었다.

 

둘 다 산행 경력은 어떻게 되는지 몰라 전전긍긍했더니,

그 쪽도 마찬가지였는지 역으로 질문이 들어왔다.

 

"산은 자주 다니냐?" 너는 등산신고서 써야 하는거 아니냐?" " 텐트는 있냐?" 등

 

걱정하지마, 며칠 전에도 일본 무인대피소에 혼자 야간 산행하고 자고 온 몸이라고 사진을 보여줬더니 ok란다

 

 

"목적지가 같다도, 추구하고자 하는 결이 다르면 헤어져야 하지만

결이 같으면 서로 힘이 되어 더 멀리 갈 수 있다."

-신다카츠카 산장에서

 

 

많은 산행기를 읽었을 때, 산악 협력금을 내야한다는데....

직원이 아무도 없다...

 

요시!꽁돈 굳음

 

 

항상 여행을 하면 가장 놀라는 건 그 나라의 나무들이다.

 

너무 크고, 웅장해서

 

입이 똭~벌어진다

 

여기는 입이 찢어질 만큼 웅장했다.

 

시원시원하게 뻗은 삼나무며, 천년이상 산 나무는 그냥 기본이니깐

 

그냥 "와"할 뿐이다.

 

 

두 번째 방문이라는 린도가 대장이자 가이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작년에는 혼자 와서 너무 좋았다가, 여자친구까지 데려왔다는 그

선뜻 따라나서는 그 여자친구도 부러웠다.

 

지질학을 공부한다는 그녀는 종일 사진찍기에 바빴다.

 

그렇게 비를 맞으며, 하나노에고에서 간단하게 행동식을 먹는데,

 

 

뜬금없이 숲속에서 똭!

 

 

 

도망가지도 않고. 어이~거기 누구요? 하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가기 전 뒤태도 보여주시고

 

 

태풍이 빗겨가고 있는 중이라, 풍경은 도화지지만, 간혹 보여주는 그림같은 풍광에 압도당해 발길을 잡기도 했다.

 

그럴때마다 린도는 "it's your birthday"를 연발했다.

 

생각하는 건 비슷하구나 싶었다

 

-나중에 나가타 해변에 보니 저 돌댕이 모습이 보이더라

 

오후 3시 55분 미야노우라다케 정상에 도착했다.

 

 

 행동식을 씹어 먹으며 신다카츠카 산장으로 향한다.

요도가와부터 미야노우라다케-신다카츠카산장-시라타니로 이어지는 종주(?) 코스는 한국의 모습 등산로를 짬뽕시켜 놓은 것 같다. 

 

그것도 좋은 점만

 

원시림을 좋아하는 비탐꾼들에게는 여기가 천국일 것 같다.
 
솔직히 부럽다.
 
 
등산로 자체도 계곡을 걷는 것 같기도 하고 걷는 맛이 있다
 
 
린도와는 산에 대한 얘기를 많이했다.
 
자기 나라오면 같이 백패킹하자고, 자기 나라는 3천미터급도 있고 텐트도 칠 수 있다 다 할 수 있다고
한국은 어때?라고 묻길래, 곰곰히 생각해봤다.
 

텐트도  못 치고, 계단도 많다니깐 기겁을 한다.

산은 좋지만, 산행문화나 제약이 너무 많다고

 

그러나, 태어나서 한 번도 눈을 본 적 없는 사람이, 겨울 산을 엄청 부러워 했다.

 

그래. 그럴 수도 있겠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어느덧 오늘의 숙박지 신다카츠카 산장에 도착했다.

 

오후 6시 40분이었다.

 

 

역시나 산장에도 아무도 없었다.

 

데이지 체인을 꺼내 젖은 옷을 밖에 널고, 신라면+건조미+고추장 콤보로 배불리 먹고 잠에 들었다.

 

새벽1시 가방에 넣어 두었던 땅콩 냄세를 맡았는지 "쥐"가 돌아다니는 소리에 벌떡 일어났다.

 

랜턴을 켜고 이리저리 둘러봐도 없었다.

 

배낭 전면부를 여는 순간

 

똭! 쥐가 후다닥 달아났다.

 

임시방면으로 김장비닐을 싸서 가방밑 식기류등을 밖으로 빼냈다.

그랬더니, 쥐가 내 주위를 한 바퀴 돌더니 린도네로 가는 소리가 들렸다.

 

짜증난 졸리도 취사도구를 밖으로 꺼내놓으니, 쥐도 포기를 했는지 더 이상 돌아다니는 소리를 들리지 않았다.

 

비로소 덕분에 꿀잠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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