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02. 7박 8일 울릉도를 걷다.feat백패킹. (21/07/12~20)
1. 태하 해안산책로에서 태하등대로 가는 길이 있다.
7월 14일 새벽4시반에 일어나 짐을 대충 싸고
샤워하러 나왔다
-어르신 샤워해도 됩니까?
-어, 호스에 끼워가 하면 된다, 문 닫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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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동네가 눈에 들어온다.
오늘은 첫 차를 타고 독도가는 사동항으로 간다.
버스가 이리 시원하고 좋구나.
처음 타본 버스엔 올드팝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취저!!
쪽잠도 자면서 기둥에서 핸드폰 및 밧데리 충전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독도에 거의 도착했다.
할배 얼굴은 본 적도 없는데, 덕을 팔아 독도에 올랐다.
마스크를 끼니 잘 생겨보인다.
-독도는 이게 끝이네요?
생각한 거랑은 전혀 다르네요?
-어떻게요?
-그냥 약간 허무하다?
-저도 사실 그래요.
사진찍고, 독도에서 태극기 날리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태하로 돌아왔다.
진미식당에 들려 저녁을 먹고, 오늘은 태하등대로 가본다.
태하 해안산책길을 걸어본다.
배낭을 메고 걷는데, 심장이 쫄깃해진다.
와~
(팔각정을 기준으로 오른쪽 길목은 막힘-넘어가도 됨ㅎ 왼쪽은 열림-둘다 팔각정에서 태하등대로 가는 길이다)
(이 길은 무조건 다시 가봐야 한다)
태하 등대에 도착했다.
대풍감 전망대 1,2는 출입금지다!!
한국의 10대비경 중 하나가 말이다
순간 많은 고민을 했다.
넘을까 말까?
배낭을 벗어 넘으려는 찰나!
-들어가시면 안됩니다
-네? 석양보려는 건데요?
거기서 안 자요
-안됩니다
-사진만 찍고 올께요!
배낭은 여기에 두고요
-(포기하신듯)
아무데나 주저앉아 한 없이 바라본다.
돌아와보니 등대 관리자분이 기다리고 계셨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일몰 잘 봤어요
-위험해서 가시면 안돼요
-네? 예전에는 출입금지 없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데크 위에서 텐트치고, 가재굴에서 @35@%@^
사고당하면 여기까지 구급차나 오는데 얼마나 걸리는지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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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로 위험하다는 말이다.
해외에서 트레킹 중 사고나면 수습하는 비용은 본인 부담이다.
구급차및 헬기 모든 비용을..
그래서 등산전에 신고서나 등산 보험을 들고 출발한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서 말이다.
한국도 그런 문화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언제까지 통제 당하고 금지 당해야 하나
참 통제 좋아하는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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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를 치고 샤워하고 하루를 정리한다.
관리자분의 샤우팅을 들으면서 ㅎㅎ
7월 15일 새벽3시 반
일출을 보려고 누가 왔다.
텐트에서 꼼짝달싹 하기 싫어 좀 더 밍기적거린다.
어김없이 4시반에 텐트를 접고 일출을 맞이 하는데
아쉽게도 구름이 끼었다.
오늘은 울릉도 북면인 태하에서 천부까지 걸을 예정이다.
하루 쉬었다고 몸에서 활기가 넘친다.
가끔은 길을 찾기 위해 알바도 하는데
반바지라 그냥 다 젖는다
이정표를 찾아
올바른 길을 걷는데, 저 멀리 코끼리 바위가 보였다.
현포 전망대에서 잠시 쉬어간다.
현포 전망대에서는 취사 및 야영금지라는 팻말이 붙어있다
-오후 3시부터 거기서 텐트 치는 사람도 있던데요?
그래서 길 가던 주민분들이 신고해요
-아 정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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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크를 살펴보니 팩다운을 할 수 없으니 데크 못을 여기저기 찔러넣은 흔적들 하며
먹다버린 커피잔들까지
하~지랄을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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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걸어온 길도 한번 살펴보면서 일주도로가 아닌 폐가쪽으로 가본다.
빨간 리본이 있는걸 보니 해담길이 맞는가보다.
현포구간은 공사중!
여기는 바로 해양독도연구소 바로 뒤쪽이었다.
어? 조용하고 좋은데?
오전 7시 배낭을 내려놓고 여기에서 하루 쉬고 가기로 한다.
물놀이하고 밥먹고 물놀이하고 커피마시고 물놀이하고 밥먹고
조용해서 더 마음에 들었다.
물이 엄청 깨끗하다
갤워치로 듣고 싶은 노래를 틀고 워터락으로 잠그면
소리는 차단된채
물속에서 듣는 음악이 음악이
와~~~
그 소리에 반응하는 몇 몇 물고기들이 마치 춤을 추느냥 반응하는 것도 신기했다.
몇 시간을 물놀이를 하고
현포에 있는 하나로 마트에 가 먹을 거를 사고 냥꼬네게하에서 스노쿨링, 구명조끼를 대여했다.
과일을 먹고 싶어 자두 몇개를 샀는데... 다 곪아 터졌있었다.
공사중인 아저씨에게 2개 드리니 내손이 민망했다.
여기에 계신 남자분이랑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휴가 오신거에요?
-뭐 그렇죠
-여기가 좋았어요?
-저는 남서일몰전망대요, 그쪽은요?
-내수전이요
-저 원래 천부가려고 했다가, 여기 마음에 들어서
여기서 쉬고 가려고요ㅎㅎ
-저도 그래서 여기있었는데, 아쉽게도 오늘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해요
-아~그러시구나...
-여기서 본 일몰이랑 달이 너무 좋았어요~
-그래요? 오오오~저도 기대돼요^^
-그리고 깃대봉이 좋다해서 가보고 싶은데...
-오 그래요? 깃대봉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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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놀이를 한창하고 화장실에 갔다.
-저기요? 아무도 안계세요?
-네?
-문이 안 열려요
만화에서나 볼 법한 일이 벌어졌다.
-잠시만요..(혼자 생쇼 하는중)
어? 안되는데요?
-그쵸?
-못 넘어오시죠?
-네, 안되네요
-잠시만요, 전화기 가져올께요
냥꼬네 게하사장님께 전화를 했다
(상황 설명)
-하하하하, 그건 울릉북면 사무소에 전화하셔야 될것 같은데요?
-전화번호 좀 문자로 부탁드려요
-전화 안 받는데요?
(멀리서 못 같은걸 주워와 딸그락 딸그락 중)
-와! 됐다
-감사합니다!!!
냥꼬네에 장비를 반납하고 먹거리를 사 왔다.
밑에서 바라보는 대풍감의 모습이 새롭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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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의 차이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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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6일 아침 4시반 후다닥 텐트를 정리하고 샤워를 하고 길을 나선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해안길을 쓸고 계시는 어머니가 나를 흐뭇하게 바라보셨다.
-어디서 오시는길이에요?
-저기서 자고 지금 천부로 넘어가려고요
이거 드셔보세요
-뭔 이런걸 다~ 가져가서 나중에 드세요
-저 여기 많이 있어요
현포의 바닷가는 우유니 사막만큼 맑고 투명했다.
이래도 되나? 바다가?
어?
오늘은 현포에서 평리-추산가는 생태길을 걸어볼 예정이다
다리가 불편하신 어르신에게
-어르신, 여기서 평리 가는 옛길이 어디에요?
-아~저기 파란지붕으로 해가 넘어가는 길이 있긴 있었지
근데 지금은 길이 무거가 몬 갈 껄?
-아 그래요? 일단 가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어르신, 평리 옜길이 여기 맞아요?
-어, 그쪽으로 쭉~가면 된다.
근데, 길이 무거가 못 갈 껄?
저번에도 몇 명이 와서 갈채줬는데, 되돌아 나오더라고
-네 감사합니다~
길을 헤집고 다녔지만, 못 찾았다.
도깨비 풀에 산 모기만 좋은 일 시켰다.
어쩔 수 없이 이 구간은 일주 도로를 걷기로 한다..
아쉽네. 아쉬워
어느분이 예림원에서 깃대봉이랑 현포랑 이어진다라는 얘기를 듣고
예림원으로 가봤다.
매표소에 계신분에게
-여기서 깃대봉 갈 수 있다는데요?
-아~여기도 있는데, 평리쪽으로 해서 이장희씨 울릉천국에서 올라가는 곳도 있고요
평리 위쪽으로 해서 가는 길도 있긴 있는데, 거긴 조금 험하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여기로 가실거면 뒤에 폐가 쪽으로 해서 가면 될거예요
-아 그러니깐 있다는거죠?
-네, 전망대 보고 오실거면 제가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을께요~
울릉도에서 처음으로 눈을 보면서 이야기를 해본 것 같다.
(감사합니다(__) 덕분에)
예림원 뒤쪽 폐가는 커피숍이었던 것 같다?
지나가는 비를 맞으며 걷는데 핸드폰 밧데리가 없다.
-어르신, 핸드폰 충전 좀 할 수 있을까요?
-우리집 멀어서 안된다
-네 ㅠㅠ
오래된 핸드폰이라 충전도 잘 안되고 밧데리도 빨리 없어진다.
큰 나무 밑에서 쉬는데, 문뜩 예림원에서 봤던 "문(門)"에 대한 상념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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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림원 입구(동굴)문으로 들어서니
하나의 또다른 단락, chapter로 연결 됐다.
숨겨진 길은 조그마한 작대기(문)에 의해 가로 막혔다.
이 곳과 저곳을 나누는 경계란 뜻이다.
내 마음속의 아주 작은 막대기가
소통을 가로막을 수 있겠구나 싶었다.
밥딜런 아재처럼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야
인간이 될 것이며
나에게 길이란 무엇이며
나는 어떻게 걸어야 하는가?
걷을때마다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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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천국 근처 팔각정 화장실에서 핸드폰 충전을 한다.
핸드폰이 맛탱이가 갔다.
켜지지도 않고 충전도 안된다.
제길...
2시간을 기다려보다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저동, 도동으로 가서 고치기로 마음을 먹었다.
카드 뭉치를 찾는데...아무데도 없다.
욕이 저절로 나온다.
아점을 먹으면서 대책을 마련하는데
핸드폰이 켜졌다!!
요시!
바로, 보조 배터리를 들고 지나온 평리길을 뛰어간다
세상 그렇게 빨리 뛸 수 있었을까?
-어르신, 여기서 예림원으로 가려면 가로질러서는 못가나요?
-어! 되돌아 온 곳으로 다시 나가야지~
-아~감사합니다.
와~멋지긴 진짜 멋있다
10여분을 돌아다니니
똭! lucky me
너무 힘들어서 길가에 배낭 걸치고 앉았는 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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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nk you God, what you've done for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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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걸음에 다시 여유가 생겼다.
깃대봉으로 가보자!
울릉천국에서 레몬에이드를 테크아웃해서 올라간다.
울릉천국에 백미는 카페에 있더라.
세팅이 마치 불교에 부처가 잇는 곳 처럼? 핀 조명으로 똭! 공연장이
더 좋은 곳은 깃대봉 가는 길에 있던 조망터?였던 것 같다.
평리에서 바라보던 송곳봉(산) 깃대봉, 석봉, 옥녀봉 등이 정말 이색적이었다.
(마치 브라질 ipanema 해변과 닮았다~좀 더 크고 호텔들이 즐비하면 비슷할듯)
석봉전망대도 좋았고(다음엔 여기서?)
깃대봉 가는 길에 관리하는 분도 만나고 정말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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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즐거웠습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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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대봉 데크 상태는 최악이었지만
정말 좋은 일몰을 넋 놓고 봤다.
울릉도 북면을 한번에 조망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북면 해담길은 정비만 제대로 된다면 대단할 것 같다.
걸으면서 그 생각밖에 없었다.
오늘도 하루를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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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is true, I never assisted the sun materiallly in his rising, but, doubt not, it was of the last importance only to be present at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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