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팔공산

Ep01 이 길이 아닌가벼? 팔공산 비탐(돛대바위, 떡바위)을 오르다

Wanderer hommie 2017. 10. 2.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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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기

 

-급행1번 타고 연수원에서 하차

-동화사 일주문 생태계 터널 공사로 인해 전면통제 봉황문으로 가 급행1번 타고 복귀

-내년 6월까지라 함

 

동화사 봉황문 옆 마애불능선->신녕재->공산폭포->진불암->돛대바위->떡바위->비로봉->동봉->염불암으로 하산하는 코스로 대략 16km로, 대슬랩구간인 벼랑바위 능선을 정말 조심히 올라가야 한다.

 

 

처음에는 공산폭포(치산폭포)에서 동봉으로 가는 수도사 환종주 처럼 오르려고 했었지만, 동봉 표지목을 믿고 따라 가다 진불암을 가게 됐고, 그 옆으로는 떡하니 등산로 폐쇄가 작혀 있었다

-?이게 뭐지? 장난 치는 것도 아니고 어쩌라는거?

라는 생각으로 진불암 왼쪽 지능선을 바로 올라서게 되었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채...

 

 

2. 지고 뜬다

 

2017년 09월 30일

 

사과 한개 햄버거 하나를 챙겨 급행1번을 타기 위해 섬유회관에 도착했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장의차 한 대가 지나갔다.

흔한 캐딜락이 아니여서 멀리서 봤을 때 드는 생각은 결혼식인가 보다 했다.

누군가의 영정사진을 끌어안고 우는 모습에

지난 날 나의 모습이 흩날리 듯 지나갔다.

 

버스를 타고, 시연수원에서 내렸다.

준비 운동을 마치고, 들머리로 향한다.

 

이 들머리는 매표소를 우회하는 곳으로, 마애불 능선이라 불리기도 하며 삿갓봉으로도 이어진다.

 

 

시원하게 뻗은 주능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저기까지 언제가지?

 

 

송이를 채취하기 위함인지

여러동의 텐트가 자리잡고 있었다.

 

왼쪽으로는 통일대불이 눈에 들어오고, 조금 지나 귀곡산장에 도착한다.

*빨간색 귀곡산장가는 길, 파란색 삿갓봉가는 길

 

귀곡산장 앞 개울가는 적당한 알탕이 가능할 정도였고, 다리에 앉아 잠시 쉬어간다.

 

폭포골을 타고 가다보면 표시목48-02이 나온다.

여기는 갈림길로, 바른재(38번)이나 신녕재(48)로 갈 수 있는 곳이다.

오전 10시 20분

산행 두 시간이 걸려 신녕재로 올라섰다.

외국인2명과 한국인1명이 갓바위에서 동봉으로 간다고 한다.

나는 공산폭포로 내려가는데

어찌나 fucking hell을 외치던지

 

-----

이 길은 참 새롭고 낯설다

능선 하나 차이로 이 곳은 그나마 원시림을 간직하고 있었고

수량이 풍부해 자꾸 내 발을 쉬게끔 유혹하는 길이었다.

 

물소리가 하나의 돌비 서라운드가 되고

휘바람을 불면서

잡념이 흐르는 물처럼 쉼없이 생각을 쏟아냈다

흩어졌다 모았다를 반복했다.

 

폭포골은 아직 단풍이 시작도 안 했는데

여기는 물이 들어간다

 

나 라는 사람은 어떻게 물이 들어갈까?

11시 50분 다리 밑에 앉아서 쉰다.

 

 

 

이제 동봉으로 가면 된다.

 

2-1 이정표 역할을 못하는 표시목

 

 

여기는 이정표가 진짜 fucking hell이었다.

동봉으로 가는 이정표만 믿고 갔는데, 진불암이 나왔고

동봉으로 가라는 표시목 옆에는 버젓이 등산로 폐쇄라는 팻말이 있었다

 

어쩌라는거?

장난 똥 때리는것도 아니고

 

은수교를 건너기 전에는 동봉까지 2.75km남았다는데, 그 후에는 3km가?

 

 

 

후에 수도사 환종주 gpx를 받아 비교해보니

동봉05-35번이 동봉으로 가는 갈림길인데 위치목이 그 역할을 못 한다.

그 후에도 번호는 진불암 코앞까지 동봉05-28으로 이어진다.

 

아무튼 진불암 초입에 멧돼지 소리가 나서 호루라기를 신나게 불어냈더니

-호루라기는 와요?"

-?죄송합니다, 멧돼지인 줄 알았어요

 

돌 계단 작업하는 소리를 착각한 것이었다.

 

비탐을 탈 지는 생각도 안 한채, 표시목만 믿고 진불암에 도착했다.

물도 채울겸 잠시 쉬어간다.

 

이때까지 여유로웠다.

 

그러나 요즘은 포크레인으로 절 확장이 대세인가?

 

 

아무튼 한 치 앞도 모르는게 인생이라지만...

잘 못됨이 다른 곳으로 인도할 때는

누구를 원망해야 할까?

 

일단 가라니깐 가본다

진불암을 나와 바로 왼쪽 지능선을 올라선다.

 

근데 나는 왜 지도를 확인할 생각을 안 했을까?

 

 

조망이 트인 곳을 찾아가다 보니 대슬랩구간인 벼락바위능선이라 불리는 곳으로 올라선 것이었다.

<사진:http://www.imaeil.com/palmount/index.php?page=news_30>

 

슬랩구간에 걸려 있는 비표를 위안 삼아 어디로 올라가야할 지 몰라

여러번 이 곳 저곳 찾아다녔지만 길이 없었다.

어거지로 슬랩구간을 꾸역꾸역 올라갔다.

 

떨어지면 세상과 사요나라!!

 

 

 

이 분들이 설치해 놓은 비표가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돛대바위라 불리는 곳에 도착했다.

 

 

 

떡바위에 가기 전에 조망바위에 올라 배에 기름칠도 좀 하고 쉰다

여유가 조금 생겼다.

 

 

이제 떡바위라 불리는 곳으로 가보자

철책을 따라 걷는다.

좋긴 좋네

주위에 돌을 이용해 셀카도 몇 장 찍는다

 

 

그런데 어떻게 비로봉으로 갈 수 있지?

에라잇!모르겠다 철책따라 가보자

그렇게 걷는데....

철망이 똭!!!!!!!!!!!

 

어쩌라는거?

욕이 정말 저절로 나왔다.

 

이제야 탈출 할 수 이ㅆㅂ....

 

철망이 두 군데 설치 되어있는데,

내 키를 훌쩍 넘었다...

 

혼자서 아둥바둥

한 시간만에 겨우 빠져나왔다...

 

이건 아니다

진짜...

 

청운대를 한 컷 담고 비로봉을 찍고, 동봉으로 가는데

데크는 항상 만석이다

 

부럽다

 

아무도 없는 동봉에서 남은 음식을 먹는다

 

 

오후 5시 20분

염불암(74번)으로 하산을 한다.

 

 

3. 나가기

 

헤매인다 해서 모두 다 길을 잃은 것이 아니겠지만

결국은 선택의 싸움이다.

 

어떤 길로 가느냐

참 어려운 문제다...

 

지금 아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그때는 맞는게 지금은 아니란 걸 알았더라면...

 

해가 지고 달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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